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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2022.10] <평화들 PEACES>, 국제정치·외교안보 너머 ‘평화 다원주의’ [한겨레신문]

2022-10-11 19:24:39



평화들 PEACES 창간호

강원대학교 통일강원연구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21세기에도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이 실제 전쟁으로 불붙을 수 있음을, 그러나 그 전쟁이 일어나는 지역은 역시나 ‘낀 나라’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평화들 PEACES> 창간호에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러시아의 침공이 예측되었음에도 평화운동은 2003년 2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야처럼 반전을 위해 봉기하지 않았는가?” 백지운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해협에서 고조되는 긴장 상황은 냉전 이래의 ‘긴 평화’라는 통념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고 짚는다.

<평화들 PEACES>은 강원대 통일강원연구원이 새롭게 펴낸 평화학 전문 학술지다. 평화‘들’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평화가 애초부터 다원적 삶과 그것의 공생에 기초한다”(창간사)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더 직접적으로 풀어 보자면, 여태껏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평화학이 대체로 “한반도 분단극복의 과제”에만 초점을 맞추는 국제정치학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데 대한 성찰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창간호에는 구갑우, 백지운, 이성용(뉴질랜드 오타코대 교수), 조영철(전북대 교수), 주윤정(부산대 교수) 등 평화학자 5명이 한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평화학’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나누는 기획(‘쿼바디스, 피시즈’)이 실렸는데, 편집위원장 이동기(강원대 교수)가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참가자들의 대답에서도 이런 맥락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대체로 참가자들은 국제정치 수준에서 ‘소극적 평화’, 곧 ‘전쟁이 없는 상태’를 추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젠더, 생태주의, 탈식민주의 등 여러 관점을 통해 다원주의를 고민하는 것이 평화연구의 본령이라고 봤다.


백지운은 “한국 사회에서 강대국 간 힘의 균형에 의지하는 안보 평화론이 주류적 의식을 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동안 한국의 통일 담론은 통일이 한반도에 무엇을 가져올 것인지에 집중했을 뿐, 한반도 통일을 위한 노력이 타자에게, 세계에, 인류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묻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국제정치·외교안보에 갇힌 평화연구를, 운동·실천·사상 차원에서 새롭게 체계화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구갑우는 “평화를 갈등의 전환 과정이라고 할 때, 갈등을 유발하는 모순‘들’ 가운데 어느 것을 주요 모순으로 간주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평화 개념과 평화에 이르는 길이 제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용은 ‘적극적 평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행위자들 사이의 상호성과 연계성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소수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경합적 다원주의’를 이에 유용한 접근법으로 제시했다. 주윤정은 사회과학의 기본적 패러다임이 인간중심적 성장주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하고, 기지·신공항 건설 반대 등 평화운동과 생태운동의 결합 등에 주목했다. 조영철은 국제정치·안보연구의 경계를 뛰어넘는 평화연구의 다양화 과정이 일상 속에서 간과되거나 은폐된 폭력을 드러내어 왔다고 보는 한편, 다원주의가 무작정의 상대주의로 흐르지 않기 위해 “다양한 평화들 간의 대화 시에 어떤/누구의 언어를 통해서 소통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평화학으로 출발한 ‘쿼바디스 피시즈’ 기획은 앞으로 ‘평화운동’, ‘평화교육’, ‘평화문명’을 차례대로 주제로 다루며,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평화들 방향 찾기’를 보여줄 전망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원문: 한겨레신문 (2022.10.07)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0617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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